한·미, FTA 재협상 합의 시 별도 ‘독립문서’ 작성 방침
“악순환과 무한 양보”, “전면 중단” 비판 여론 잇따라

(통일뉴스 / 고성진 / 2010-11-30)

▲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30일 오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당장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한·미 양국이 30일(현지시간)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기존 협정문과는 별도의 ‘독립문서(stand alone document)’를 만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29일 통상교섭본부 관계자와 전화통화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30일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협정문의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면 협정문 원문을 고칠 순 없다”면서 “미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이 만료돼 새로운 문서는 TPA의 적용을 받지 못하며 기존 협정문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침에 대해 한·미 FTA의 새로운 협상결과가 TPA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미국 측의 사정을 고려해 별도의 문서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대변인논평을 통해 “미국 의회가 미 대통령에게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존 협정문을 수정할 경우 일일이 미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이런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영원한 한·미 FTA 재협상의 악순환을 예고하는 것이며 통상교섭본부가 매번 미국에 무한 양보하겠다는 방식을 합의해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장 자동차 관세 철폐 유예 등 기존 협정문을 고쳐야 하는 재협상을 추가 협정서로 담게 될 경우 우리는 물론 미국 내에서 편법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미국이 기존 협정문을 내용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니 고치자고 요구하면, 매번 두말하지 못하고 응해줘야 한다는 점”이라며 “재협상의 악순환과 무한 양보의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도 이날 오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한·미 FTA 추가 개방을 골자로 하는 전면 재협상을 제안할 것”이라며 “정부는 당장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미 무역 부문 전문지인 <월드 트레이드 온라인>의 24일자 보도에서 “미국은 ‘쇠고기에 대한 현행 40%의 관세를 15년간 균등 폐지한다’는 애초 합의된 점진적 일정을 앞당길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30개월령 이하 쇠고기를 사용한 수프, 스튜 등 가공식품의 시장접근 확대까지 요구할 방침을 밝혔고, 이전에 허용하였으나 검역방법이나 수입육 분류 등의 이견으로 규제되던 30개월 미만 곱창이나 회수육(AMR) 등의 수입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국내 쇠고기 시장을 미국산 쇠고기가 장악하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에서 드러난 우리 국민의 민심을 정면으로 짓밟는 만행을 자행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이 연평도 사건 등 민감한 정치적 사항들을 지렛대로 한국정부에 한·미 FTA 전면 추가 개방 요구를 한다면 더더욱 한국 정부는 굴욕적 협상에 나서지 말고 당장 한·미 FTA 협상 중단 선언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2755#